마흔여섯 번째 9월의 첫 일요일이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내 생애의 나이테가 엄청나게 두껍게 느껴진다. 자른 단면이 마치 두꺼운 롤케이크 같을 나의 나이테. 사람들은 50년도 살고 90년도 산다. 그렇게 오래 사는 것이 흔하디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나의 나이테의 한 부분이 오늘이다. 어제는 어떠했는가? 마흔여섯 해의 9월의 첫 토요일이었다. 나는 살아내었다. 오늘은 어떠할 것인가? 분명히 나는 살아낼 것이다. 나는 딸이 있고,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내 존재를 부정하기 어려운 점은, 언제나 그들이 나를 일깨우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를 매우 현실적인 자세로 돌아오게 한다. 그들은 나를 부양을 하게 만들고, 엄마의 관점을 취하게 한다. 고유의 나로 살기보다는 보편적이고 보수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살게 한다. 현실의 숫자에 민감하게 살게 하고, 모험이 무엇인지 모르게 살게 만든다.
요새 명상을 자주 한다. 그리고 다시 상상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상상력이 풍부했던 어린 시절부터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상상하는 방법조차 잃어버렸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생계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상상력을 소비하는 시대에 살면서, 그들의 상상력이 나의 현실인 것처럼 생각해온 것도 큰 이유다.
잠시도, 나를 나로서 고요하게 살게 하는 순간들을 주지 않는다. 어쩌겠는가. 그러면서도 현실이 주는 시끄러움이 달콤하기도 하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을 아무 생각 없이 나의 방식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사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나는 상상을 한다. 상상이니만큼 그 범위도 대상도 무한정이다. 왜 이것을 그동안 잊고 지냈는가.
상상은 작은 내 방을 뚫고 나가고 이 도시의 하늘로 날아가고 지구의 밖으로 나가고 우주 공간을 향해 간다. 그 우주 공간에 내가 있고, 푸른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그 지구의 어느 작은 땅 어느매에 별처럼 빛이 나는게 보이는데, 그게 바로 나다. 그러니 나는 이 우주를 내 안에 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대체로 이런 상상이다. 상상을 하기 위해 내 스스로를 우주로 데리고 간다. 나는 아무 어려움 없이 하늘로, 우주로 날아갈 수 있다. 나는 아무 거리낌없이 하버브릿지가 보이는 아름다운 집에서 살고 있고 커피를 마시면서 집 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다. 나는 일요일 어느 아침 스페인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지나가는 양떼들을 보면서 유유히 산책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멋진 요트를 운전하는 나의 모습, Tim Ferriss 쇼에 나가서 이야기를 하는 나의 모습, 벤틀리를 타고 시드니 해변을 드라이브하는 나의 모습, 멋진 남자친구와 개인 해변가에서 히히덕거리며 걷는 모습, 백야드에 있는 개인 테니스 코트에서 테니스하는 나의 모습, 하얀 린넨 원피스를 입고 맨발로 집 주변을 거니는 나의 모습, 좋은 사람들이 나의 사업의 번창을 위해 애쓰는 모습, 자카란다 나무가 우거진 창을 보면서 글을 쓰는 나의 모습, 고양이 한 마리를 더 들여서 두 고양이가 행복하게 앞마당에서 놀고 있는 모습, 퍼스트 클래스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세계적으로 강연과 여행을 다니는 나의 모습.
이제 나는 시간과 공간을 모두 일그러뜨리고 나만의 고유한 차원으로 품고 있다. 그리고 상상이 현실과 상생하는 것도 느끼고 있다. 그러니, 현실의 나도 상상 속의 나와 똑같은 자아이다. 무한한 시간과 공간에서 나의 존재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일요일. 썬데이sunday라는 영어 이름만큼 햇살은 밝게 빛나고 있고 바람이 좀 불고 있다. 하얀 카카투들은 무념의 상태로 멀리 나무 사이로 날아다니고 있다. 그것들은 스스로에게 왜 날고 있는지 묻지 않는다. 그것들은 한계가 없다.
왜 나는 이 글을 나의 나이를 밝히는 것으로 시작했는가. 나이로 무엇을 규정짓고 싶었는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것을 읽는 당신에게 미리 양해를 구한다. 나는 나의 나이조차 일그러뜨려서 나의 우주에 품고 있다고.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정말로 나의 나이는 찰나가 아니던가.
하지만 나의 존재는 우주이다. 크고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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